하나님의 말씀은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히 4:12).

여기, 그 검에 찔려 ‘완벽하게’ 쪼개진 한 청년이 있다. 사회기업 ‘향기내는사람들’ 대표 임정택(30·포항성결교회)이다. 그의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갠 말씀’은 이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그런데, 창업 교류전에서 만난 한 중국인 친구가 그의 영혼을 뒤흔들었다.

‘좀 더 많이, 좀 더 높이’가 인생의 목표였던 그에게 중국인 친구는 ‘삶의 의미’와 ‘섬김’에 대해 말했다.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대학생 창업 교류전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가 한 중국인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는 중국의 15억 인구 가운데 1억 명이 아직도 가난하고 소외된 채 살아가고 있다며 그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중국을 변화시키겠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 자신이 무척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인천 영종도 국제공항에서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꼬박 6시간을 하나님 앞에 매달렸다.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였다. 홍콩으로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야망에 부풀어 있었다. 아시아의 ‘내노라 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반드시 ‘대박 아이템’을 만들어가겠다는 부푼 꿈이었다.

그런데 그 야망이 한 중국인 친구 앞에서 박살이 났다. 그러고는 갑자기 이제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모르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매달렸던 것이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알려달라고 절규했다. 당신이 정말로 살아계신 하나님이라면 그 답을 달라고 목숨 걸고 매달렸다.

긴 시간을 달려온 셔틀버스가 포항 시내를 거쳐 해안도로를 타고 한동대로 향하고 있었다. 3분 정도 후면 버스는 한동대 정문에 도착할 것이었다.

“바로 그 순간, 제 두 눈과 가슴을 축(軸)으로 하나의 성경 말씀이 뚝, 하고 떨어져 내렸습니다. 정말로 딱 한 구절의 성경 말씀이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듯 툭 떨어졌습니다. 그 말씀이 저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제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가 그 말씀 속에 명확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말씀대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말씀은 마태복음 25장 40절 말씀이었다.

히즈빈스의 직원들은 정신·지적 장애인들이다. 그동안 5개 매장을 운영하며 26명의 정신·지적 장애인들을 취업시켜 삶의 기반을 만들어주었다. 게다가 철저한 품질관리와 직원교육으로 포항시내에서는 이미 ‘맛있는 커피집’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더욱이 지난 5월 30일에는 정신 장애인 사회복귀시설 ‘브솔시냇가’(시설장 정숙희)와 함께 커피 원두 로스팅 및 제과·제빵 공장 ‘향기제작소’를 오픈했다. 물론, 여기에도 정신·지적 장애인 10명이 고용되었다.

기업의 창립 이념이면 창립 이념, 사회적 가치이면 사회적 가치, 의미이면 의미, 사업성이면 사업성, 그야말로 히즈빈스는 마치 ‘모범생 중의 모범생’ 같은 탁월한 사회기업 성공사례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지난 5년을 뒤돌아보면 오직 ‘기적의 시간들’이었다고 밖에는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돈 한 푼 없이, 커피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이 오직 말씀에 의지해 뛰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이 재정과 장소와 다양한 전문가들을 연결시켜 주셨습니다. 5호점을 개설하기까지 수십억 원의 재정이 투자되었지만 그 가운데 외부에서 돈을 빌리거나 제 개인의 돈을 집어넣은 것이 없습니다. 기업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저로서는 이 사업의 중심과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제가 늘 조심하고 근신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듯한 노인의 지혜를 보여주는 임 대표의 이 말은 그러나 잘 ‘이해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그가 모든 것에서 손을 놓은 채 ‘하늘에서 떨어지는 만나’만 기다렸는데 이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마태복음 25장 40절의 말씀을 받고는 곧 포항시내 장애인 시설들을 쫓아다니며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았고, 사업계획서를 써서 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계속되는 거절과 무시를 당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중심’이다. 그의 사업의 중심이 어디에 놓여 있었느냐가 중요했던 것이다. 참된 진정성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결국 그는 포스코와 포항시청의 지원과 협조를 얻어냈다. 그리고 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신앙과 소통을 축으로 하는 복지, 전문성을 기초로 한 기업이라는 ‘3대 정체성’ 안에서 체계적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매니저를 중심으로 하는 체계적인 인원 관리와 길게는 6개월까지 지속되는 철저한 직원교육, 그리고 변화무쌍한 원두 로스팅을 제어할 수 있는 전문적인 바리스타 교육과 매뉴얼이 없었다면 애시당초 ‘히즈빈스의 성공’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