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Home > 성도의교제 > 신성광장
|
|
|
글쓴이 :
오종석 (210.♡.131.210)
조회 : 2,343
|
모든 건 가정에서 시작됐다
조선시대 명문가 홍씨 집안의 독서 풍경
온가족 둘러앉아 읽고 대화
형은 동생에게 독서목록 줘
자연스러운 ‘공부 분위기’
독서와 공부의 시작은 가정이다. 옛 선비들의 집안을 엿보면 자녀와 둘러앉아 책 읽으며 대화하는 장면을 곧잘 목격한다. 옛 명문가의 독서풍습이 보여주는 아름답고 훈훈한 풍경이다. 부모와 자녀가 공부하고 독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간 집안으로 정조 순조 연간의 관료 홍인모를 꼽고 싶다. 아들 홍석주 3형제가 지위가 높은 관료와 뛰어난 학자로 명성이 있었고, 딸도 시인으로 저명했다.
홍인모는 독서를 아내와 함께했다. 집안 살림 외에도 학문이나 문학을 주제로 아내와 대화를 나누었다. 아내가 문학적 자질이 있는 것을 간파하고 시를 짓게도 했다. 아내는 형식을 모른다며 물러섰지만 형식은 중요치 않다며 격려하였다. 이수(而壽)인 자신의 호와 짝을 맞춰 영수각(令壽閣)이란 호를 선물하고 부부간에 시를 자주 주고받았다. 나중에 자녀들이 부친의 문집을 엮을 때 어머니의 것도 소중하게 함께 엮고는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조선시대 부부의 문집이 나란히 간행된 사례로는 유일하다.
'거실을 서재로' 캠페인 바로가기 부부는 자녀들과도 함께 독서하고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도 나누었다. 서로 시를 주고받은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아버지는 맏형에게, 맏형은 둘째 동생에게, 둘째 동생은 막내 동생에게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제시해주었다. 맏형이 나중에 그 목록과 개요를 적어 ‘홍씨독서록(洪氏讀書錄)’을 엮었다. 홍씨라는 말을 일부러 붙여서 형제들이 힘을 합쳐 만들었음을 밝히고 다같이 폭넓게 공부하자고 격려했다. 둘째인 홍길주는 따로 ‘사부송유(四部誦惟)’란 책을 만들어 아우에게 주었다. 반드시 암송하고 고민해봐야 할 중요한 글만을 엮어서 공부하자는 취지였다.
이런 집안 분위기는 남자들만의 것이었을까? 아니다. 사실은 어머니의 학식과 자세로부터 출발한 것이 적지 않다. 어머니는 밤에는 아들에게 직접 글을 가르치고 잠자리에 들 때 경서를 외워 들려주었다. 특별히 기하학과 수학을 직접 가르쳤다. 방정식이나 분수계산 등을 알기 쉽게 풀이해주었다. 그녀의 친정은 유명한 수학자 집안이었다. 딸이라고 구분하지 않고 가르쳤다. 그렇게 배운 딸 유한당(幽閒堂) 홍씨(洪氏)는 19세기의 몇 안 되는 여성 시인으로 성장했다.
홍길주는 나이 들어 젊은 시절의 집안 분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스무 살 이후에도 아버지께서 관아로 나가셔서 여가시간이 나면 어머니와 안방에 마주앉았다. 형님이 퇴근해서 나와 아우, 누이가 다 함께 어머니 앞에 빙 둘러앉았다. 귀 기울여 들은 것은 모두 선인들의 훌륭한 행동이었고, 토론하고 대화한 것은 모두 경서와 사서의 아름다운 말이었다. 여유가 있을 때면 시를 주고받고 글을 지어 기뻐하시도록 하며 하루 내내 즐겁게 지냈다.”
자녀들은 장성해서도 함께 모여 학문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작품도 지었다. 이들이 남긴 문집에는 유달리 부모형제들끼리 주고받은 좋은 작품들이 많다. 독서와 공부는 의무나 강요만으로 촉진되기 어렵다. 자연스럽고 즐겁게 하는 것이 최상이고, 가정이 최적지다.
안대회 명지대 국문과 교수
|
|
|
|
| |
|
|
| |
|
|
|
